케이크는 사지 않았다
특별한 날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
생일은 그냥 지나갔다. 아침에 팥떡이 산책을 평소처럼 다녀왔고, 출근해서 평소처럼 일했고, 점심도 회사에서 먹었다.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하루였다.
나는 원래 생일 같은 날을 크게 챙기지 않는 편이다. 생일이 싫어서라기보다, 그런 날에는 괜히 하루가 평소보다 더 괜찮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생겨서 그렇다. 좋은 일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고, 저녁쯤에는 오늘이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러지 않으면 뭔가 빠진 하루처럼 느껴지는데, 나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케이크도 잘 안 사고, 계획도 크게 안 잡고, 그냥 좋아하는 음식 먹고 조용히 지나가면 됐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이번 생일도 딱 그 정도로 지나갔다.
생일보다 요즘이 먼저 떠오른다
막상 지나고 나니 생일 당일보다는 그 무렵의 생활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요즘 어떤 식으로 지냈는지, 어떤 식으로 팥떡이 옆에 있었는지, 뭘 챙기고 있었는지, 뭘 그냥 지나가게 뒀는지, 그런 쪽이 먼저 보인다.
나는 예전부터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다. 좋은 일이 있어도 크게 들뜨지 않고, 별로인 일이 있어도 바로 티를 내지 않고, 누가 서운해하는 것 같아도 그 자리에서는 잘 못 보고 지나가고,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살면 편한 점도 있다. 실망할 일도 조금 덜하고, 하루가 괜히 들쭉날쭉해지는 일도 적다. 그런데 오래 그렇게 지내다 보면 반응을 줄이는 방식이 내 쪽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도 번진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내 생일을 조용히 넘기는 건 별일 아니지만, 그렇게 모든 날을 비슷한 온도로 넘기다 보면 다른 사람의 날도 비슷하게 지나가고, 그러다 보면 나는 무심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점점 덜 반응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걸린다.
나는 늘 조금 늦게 안다
나는 자주 너무 늦게 이해한다. 그때는 그냥 지나간 일인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전혀 다른 뜻으로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다. 누가 왜 그때 말이 짧았는지, 왜 그날 대화가 어딘가에서 끊겼는지, 왜 그 이후로 조금 멀어진 느낌이 있었는지, 당시에 바로 알아차렸어야 했던 일들이 한참 뒤에야 연결된다.
그래서 나는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늘 조금 늦게 이해하는 사람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문제는 그 늦음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이미 지나간 기분은 지나갔고, 그 순간에 봤어야 할 걸 나중에 알아도 달라지는 건 많지 않다. 그래도 늘 그렇다. 내가 좀 잠잠해지고 나서야 다른 쪽을 돌아보게 된다. 내 안이 시끄러울 때는 바깥을 잘 못 본다.
가까움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팥떡이는 언제나 1순위였다
팥떡이에게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내가 팥떡이를 뒤로 둔 채 살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팥떡이는 내 생활에서 늘 1순위였고, 지금도 그렇다. 산책도 하고, 훈련도 하고, 밥도 챙기고, 몸 상태도 보고, 생활은 거의 늘 팥떡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늘 먼저 두고 있는 건 맞는데, 그 안에서 놓치는 결이 있다는 생각. 같이 있는 시간은 충분한데, 그 시간 안에서 내가 얼마나 또렷하게 같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는 순간들이 있다.
가까움과 익숙함은 다른 일이다
팥떡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나와 같은 공간에서 보낸다. 내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고, 내 근처에서 자고, 내 근처에서 쉬고, 내 동선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런 점에서는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그 가까움을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겼다.
같은 공간에 오래 있었다고 해서 저절로 가까워지는 건 아닌데, 나는 자주 그 둘을 같은 것으로 넘겨버린다. 늘 곁에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늘 먼저 챙기니까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지나가게 둔 시간들이 있었다. 가까움은 그냥 쌓이지 않는데, 익숙함은 그냥 쌓인다. 문제는 내가 자꾸 그 둘을 헷갈린다는 데 있다.
사람은 남는 게 있고, 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지나고 나면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반응이 조금 줄거나, 말이 예전보다 짧아지거나, 다음 약속을 잡는 속도가 달라지거나, 그때는 모르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의미가 생기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그것도 늦게 읽는 편이지만 그래도 돌아가서 생각할 건 있다.
그런데 팥떡이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내가 집에 오면 늘 비슷하게 반겨주고, 산책줄을 들면 늘 따라 나오고, 자기 자리에서 쉬다가도 내가 움직이면 한 번쯤은 따라본다. 그러니까 내가 안 보면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간다. 내가 함께 있었다고 말하면 그 말이 아주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 쉽게 넘어가게 된다. 나는 산책했고, 훈련도 했고, 같이 있었고, 늘 먼저 생각했으니까 괜찮았다고.
그런데 요즘은 그 말로 다 덮고 지나가기가 어렵다. 내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고 부르는 시간들 중에는 그냥 내가 덜 보고 지나간 일도 섞여 있었을 것 같아서 그렇다.
같이 산다는 건 결국 태도의 문제다
챙긴다는 건 자동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이쯤 오면 생각이 자연스럽게 다른 쪽으로 넘어간다. 감정 얘기만 하다 끝날 수가 없다. 같이 산다는 건 결국 어떤 태도로 보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해서 그렇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고 해서 자동으로 잘 챙기게 되는 건 아니고, 늘 먼저 생각한다고 해서 저절로 충분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늘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더 쉽게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만큼 대충 넘어가게 되는 순간들이 생긴다. 나는 그걸 자꾸 뒤늦게 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 같은 얘기만 붙들고 있지 않고, 실제로 내가 뭘 챙기고 있어야 하는지도 같이 생각하게 된다. 퍼피 때 기본 접종을 끝내고 나면 그다음은 그냥 시기 됐다고 다시 맞히면 되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꼭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니었다. 지금은 일단 항체검사를 먼저 하고, 그 결과를 보고 필요한 것만 다시 접종하는 쪽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항체가 충분한데 같은 걸 또 반복해서 맞히는 건 몸에 좋을 게 별로 없다는 쪽이 지금 내 생각에도 더 맞다. WSAVA도 코어 백신은 필요한 만큼만 쓰고, 비코어 백신은 생활반경과 위험도에 맞춰 보라고 한다. 항체검사는 코어 백신 쪽에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접종 기록과 같이 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 너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매달 챙기는 것들과 여름이 오기 전에 생각하게 되는 것들
매달 7일엔 넥스가드 스펙트라를 먹이고 있다. 이런 건 그냥 습관처럼 넘어가기 쉬운데, 오히려 그래서 더 의식해서 챙기게 된다. 날짜를 안 밀리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절이 바뀌면 같이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목욕이나 수영 때문에 약효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경구형이라는 점은 분명 편한데, 제품 자료도 진드기 시즌에는 몸을 직접 확인하고 제거하는 일을 같이 하라고 적고 있다. 약 하나 먹였다고 바깥 관리가 끝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여름이 오면 진드기나 벌레 쪽을 더 생각하게 된다. 다만 여기서도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뭘 더 얹는 쪽으로만 가고 싶지는 않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관리가 어떤 방식인지부터 정확히 아는 게 먼저인 것 같아서 이것저것 좀 찾아봤다.
내가 찾아본 것 — 진드기·벌레 관리 방식
넥스가드 스펙트라는 월 1회 투약이 기본이고, 성분은 afoxolaner + milbemycin oxime이다. afoxolaner는 벼룩·진드기 쪽, milbemycin oxime은 심장사상충과 일부 내부 기생충 쪽을 같이 본다. 제품 방식을 크게 나누면 세 가지였다.
먹는 약
- 예: 넥스가드 스펙트라, 브라벡토
- 성분: afoxolaner, fluralaner 계열 + 제품별 내부구충 성분
- 장점: 일정 관리가 단순하고, 목욕·수영 영향이 적다
- 걸리는 점: 보통 붙기 전에 막는 방식은 아니라 산책 뒤 몸을 보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다
바르는 약 (스팟온)
- 예: K9 Advantix II, Frontline Plus 계열
- 성분: imidacloprid + permethrin + pyriproxyfen / fipronil 계열
- 장점: 제품에 따라 기피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있고 목적이 분명하다
- 걸리는 점: 몸에 직접 바르는 방식이라 핥지 않게 해야 하고, 개들은 냄새에 민감하니 불편해할 수도 있겠다. 목욕이나 물 노출도 같이 봐야 한다
목걸이형
- 예: 세레스토
- 성분: imidacloprid + flumethrin
- 장점: 오래 가는 편이라 일정 관리가 편하다
- 걸리는 점: 몸에 계속 닿아 있는 방식이라 나는 아직 좀 낯설다. 냄새나 접촉감에 민감한 개는 어떨지도 궁금하다
각 방식을 훑고 나니 성분 쪽에서도 몇 가지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고양이와 같이 사는 환경이거나 먹는 약 계열을 쓸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었다.
내가 찾아본 것 — 성분·안전 주의점
스팟온에 자주 들어가는 permethrin은 개용 제품엔 흔하지만 고양이에겐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고양이와 같이 사는 환경이면 더 조심해야 한다.
넥스가드 같은 먹는 약이 속한 이소옥사졸린 계열은 효과가 좋아 널리 쓰이지만, 드물게 떨림이나 발작 같은 신경학적 이상반응이 보고될 수 있다고 FDA가 안내한다. 그러니까 "먹는 약이니까 무조건 더 낫다"거나 "바르는 약이니까 무조건 더 불안하다"처럼 단순하게 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제품마다 방식이 다르고, 개의 상태와 생활 방식에 맞춰 봐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내 생각은 이 정도다. 나는 아직 외부에 바르는 약이나 목걸이형은 한 번도 안 써봤고, 당장 뭘 더 추가해야겠다는 쪽보다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의 장점과 한계를 먼저 정확히 아는 게 맞다고 본다. 넥스가드 스펙트라는 계속 먹이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엔 산책 뒤 몸을 더 잘 보고, 정말 추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때 제품별 성분과 방식, 생활환경을 같이 보고 정하는 쪽이 맞을 것 같다. 이미 하나를 쓰고 있는데 다른 걸 겹쳐 쓰는 건 그냥 "더 강하게"의 문제가 아니라 중복과 부작용 문제니까 병원하고 같이 보는 게 낫겠다.
작년 여름과 이번 여름
작년 여름엔 참 많이 놀러다녔다. 이번에도 너무 더워지기 전에 산으로 백패킹도 가고 싶고, 바다에 가서 더 놀고 싶다. 작년에는 팥떡이도 어렸고 지금보다 훨씬 더 에너지가 넘쳤어서, 사실 어딜 한 번 가려고 할 때마다 심리적인 부담이 좀 있었다. 그냥 활발한 정도가 아니라, 산책할 때도 계속 날뛰고 내가 꼭 붙잡고 있지 않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였고, 그래서 텐트를 칠 때도 한 손으로 줄을 잡고 치는 식이었다. 가서 쉬는 시간도 쉬는 시간이 아니고, 뭘 하든 내 쪽은 계속 긴장 상태였다. 같이 놀러 간다는 말은 맞았지만, 그때는 팥떡이가 노는 걸 내가 따라다니며 케어하는 느낌이 더 컸다.
그런데 요즘은 그때보다 내 말을 좀 더 잘 듣고, 산책하다가도 나를 더 자주 확인하고, 걷다가도 내 눈을 본다. 별것 아닌 변화 같아도 이건 꽤 크다. 예전에는 내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겨우 같이 가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둘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그 전보다 더 기대가 된다. 그냥 더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는 뜻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팥떡이를 위해 내가 따라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같이 노는 기분이 들 것 같다는 뜻에 더 가깝다.
개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빨리 간다
개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빨리 간다. 그래서 자꾸 마음이 급해진다. 더 많이 보여줘야 할 것 같고, 더 부지런히 데리고 나가야 할 것 같고, 올해 여름도 대충 보내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너무 사람의 기준인가 싶다. 아니면 더 정확히는 내 기준인가 싶다. 나는 자꾸 앞으로 남은 시간을 계산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팥떡이한테 중요한 건 꼭 그런 식은 아닐 수도 있다.
팥떡이에게 중요한 건 "나중에 놀러 갈 때"보다 그냥 지금 당장의 순간순간이다. 매일의 루틴, 지금 이 산책, 지금 맡고 있는 냄새, 지금 내 옆에 몸을 붙이고 누워 있는 시간. 나는 자꾸 다음을 생각하고, 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팥떡이는 늘 지금 쪽에 더 가까운 존재다. 그래서 그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어디를 갈지 생각하는 것만큼, 지금 이 순간을 잘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결국 내가 더 잘해야 하는 건 지금이다
그건 팥떡이한테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나한테도 필요한 일이고, 내가 더 성취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늘 뒤늦게 안다고 썼지만, 결국 덜 늦으려면 지금을 더 잘 봐야 한다. 지금 같이 걷고 있다는 것, 지금 옆에 있다는 것, 지금 좀 더 천천히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나한테는 아직도 잘 안 되는 일이고, 그래서 더 의식해서 붙들어야 하는 일 같다.
다만 이걸 "더 잘해줘야 한다"는 쪽으로 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금방 사람의 욕심이 된다. 뭘 더 해줘야 할 것 같고, 더 좋은 시간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고, 더 많이 채워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지금 함께 있는 시간도 또 다음 계획의 재료처럼 보이기 쉽다. 나는 그런 식으로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 팥떡이랑 같이 산다는 건 대단한 걸 해내는 일이 아니라, 지금 함께 있는 시간을 자꾸 다른 무엇으로 밀어내지 않는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팥떡이랑 그냥 가만히 몸을 맞대고 누워서 쉬는 시간이 좋다. 바다에 놀러가서도, 산에 놀러가서도, 결국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더 멀리 가는 것보다, 더 특별한 걸 하는 것보다, 우리 둘이 같이 쉬고, 같이 붙어 있고, 같이 있는 걸 서로 느끼는 시간. 아마 나는 이번 여름에도 많이 돌아다니고 싶다고 말하겠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그런 순간들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결국 거창한 얘기는 별로 없다. 같이 산다는 건 마음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목록만 채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늘 먼저 생각하고, 매일 같이 살고, 산책도 하고 훈련도 하고 이것저것 챙기면서도, 결국 중간중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동안 팥떡이를 늘 제일 먼저 두고 살아왔지만, 제일 먼저 둔다는 것과 늘 또렷하게 보고 있다는 건 또 다른 일이라는 생각을 이번에 했다. 그 둘은 완전히 같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 글도 미안하다는 말로 끝내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팥떡이를 소홀히 했다고 쓰고 싶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뭘 크게 깨달았다고 쓰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생일을 떠올리다 보니 생일보다 내 생활 쪽이 더 많이 보였다는 정도는 맞는 말이다.
접종 기록을 다시 정리하고, 항체검사를 알아보고, 시기 맞춰 챙길 걸 챙기고, 매달 먹는 약을 잊지 않고, 계절이 바뀌면 산책 뒤 몸을 한 번 더 보는 일. 이런 건 너무 기본적이라 대단하게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오래 같이 산다는 건 결국 그런 기본을 계속 빠뜨리지 않는 쪽에 더 가깝다. 큰 것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기본만 챙긴다고 충분한 것도 아니다. 둘 다 필요하다. 나는 아마 그 둘을 같이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중이다.
